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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일본 기록

[일본여행] 오사카 맛집 '천지인' 부타동, 최강의 돼지고기 덮밥

by jlee군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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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너울 오사카 성을 구경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오는군요
덥기도 하구요

일본의 여름은 여느 때와 같이
무척이나 덥습니다
이 눅눅한 더움이 저의 배를 더욱 허기지게 만듭니다

사실 이렇게 기력이 부족해지는 날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한 가지 있습니다
.
.
.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조르름한..

돼지고기 덮밥이지요
아아,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돼지고기 덮밥으로 유명한
오사카의 '천지인'이라는 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역시 맛집답게 꽤나 작은 사이즈입니다

작은 주방 안쪽에선 요리사 분들이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요리하는 모습이 저의 침샘을 더욱더 자극하는군요
이렇게 작지만 깨끗하고 열정적인 주방은
장인의 향기를 느끼게 만듭니다

착석 전에 뒤편에 있는 자판기에서
먼저 부타동 티켓을 구매합니다

티켓이 나오고
주방에 건네주고 나면
이제 고통의 기다리는 시간, 시작입니다

부타동의 부타가
숯불 위에서 맛있게 구워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지고 있는 돼지고기의
자태를 보고 있자니
고문이 따로 없군요
참으로 참기 힘든 순간입니다

부타동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
드디어 대망의 천지인의 부타동이
제 앞에 놓여졌습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저의 입을
한시도 쉬지 못하고 군침을 삼키게 만들었을까요

'밥'
'소스를 바르고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파'

이렇게 3가지 재료가 다입니다

이 소박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
어떻게 저를 이리 무더운 날
굳이 이곳까지 찾아오게 만들었을까요

괘씸한 마음이 들어 어서 한입 먹어 봐야겠습니다

천지인 부타동

'앗, 아아..'
크 큰일입니다
첫 입에 알아버리고야 말았습니다
.
.
'이 녀석 쉬운 상대가 아니겠구나'

간장 소스가 구석구석 잘 발린,
숯향이 진동하는 기름진 돼지 삼겹과
저의 혀가 서로 첫 경험을 합니다

토종 벌꿀마냥 은은하게 다가오는 단 맛과
혀 안쪽에서 당겨오는 감칠맛이

기다리면서 겨우겨우 가두어두고 있던
입 안의 침샘을 폭발시켜 버렸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부타동 따위에게
항복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얼른 삼켜버릴 생각으로
재빨리 그 고기를 입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아아.. 하지만..
두툼한 돼지 삼겹이 저의 혀를 스쳐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비장탄 위에서 간장 그리고 돼지기름과 함께
노릇노릇 자알 구워졌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입 안과 코 속을 고소한 숯향으로 가득 채워버립니다

삽시간에 코 속을 강타한 그 농후함은
이윽고 뇌의 측두엽까지 도달해 버리고
이젠 저의 온전하던 정신은
깊고 깊은 숯향으로 혼미해집니다

저는 깨닫고 말아 버렸습니다..
이 녀석은 남자입니다, 그것도 아주 깊은.. 남자
남자처럼 정직하고, 우직합니다

저의 입에 대하여
단 한 번의 가벼움도 허락하지 않을 심산인 게 틀림이 없습니다

느리지만 강력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저에게 다가옵니다

이미 무아지경에 빠져 두툼한 고기를 씹는 순간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노루 엉덩이 마냥 오동통하고
찰떡마냥 좔깃좔길한 고기
그리고 그의 육즙과 기름, 소스..

저의 이빨 사이사이로 흥건하게 흘러나옵니다

이 시점부턴 이미 저는 제가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이 부타동님께서 직접 저의 입을 움직이시고
저의 혀를 관장하십니다, 존명
제 몸은 이미 달아오ㄹ..

앗! 정말 위험합니다
알싸한 파 한가닥을 어금니 하나가 씹은 덕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밥 한 숟갈 떠 입안에 욱여넣습니다

그냥 한숟갈이 아닌, 밥 한가득 한 숟갈입니다
이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반항입니다

입 안에 남은 고깃 기름과 소스,
그리고 기름진 흰 쌀 밥 알갱이 한알 한 알이
서로 얽히고설켜 저의 목구멍으로 넘어옵니다

대신 숟가락 한가득 쌀밥을 밀어 넣었기 때문에
목이 막힙니다

참 맛있는 목 막힘입니다
목 막힘 마저 맛있다니, 너무나도 치욕스럽습니다

그치만.. 목이 막히지만서도
다음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멈출 수가 없는 거겠죠

네, 아무리 발버둥 쳐 보았지만
이미 저의 자아를 녀석에게 내어준 상태였습니다
한낱 덮밥에게 제 자신을 완전히 내어준 것입니다
.
.
.
그렇게 50여 년의 긴 세월처럼 느껴지던 시간들이
사실은 단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겨우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가 있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하여 벙쪄있던 저는
문득 제 앞에 놓여있는
'쌀 한 톨 남아있지 않은 텅 빈 그릇'을 본 후에야
비로소 숟가락을 내려놓습니다

녀석을 남김없이 다 먹어 치웠다는 육체적 승리감
그러나 식사 내내 녀석에게
유린당해버렸다는 정신적 패배감
사이에서 혼돈하던 저는

아직 혀 위에 가시지 않은,
녀석의 체취를 머금은 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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